이젠 김치 담합? "밀가루 담합" 공정위도 못 말린 잔치국수
따뜻한 봄바람이 코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4월입니다. 이맘때면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깨어나듯, 여기저기서 어김없이 결혼식 청첩장이 날아오기 시작하지요. 청첩장을 받아 들고 예전에는 "국수 먹으러 가나?" 하는 농담처럼 했던 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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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바람이 코끝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4월입니다. 이맘때면 겨우내 웅크렸던 만물이 깨어나듯, 여기저기서 어김없이 결혼식 청첩장이 날아오기 시작하지요. 청첩장을 받아 들고 예전에는 "국수 먹으러 가나?" 하는 농담처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마치 추억같은 추운 겨울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삶은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한 입 베어 뭅니다. 달콤하고 따뜻하지만, 이내 목이 턱 막혀오죠. 벌써 6개월째 저도 야식으로 고구마를 챙겨 먹고 있는데, 그때마다 본능적으로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하고 짭짤한 김치통에 동치미를 찾게 됩니다.
창문 틈으로 아직 찬바람이 스며드는 초 봄이 와도, 어김없이 생각나는 반찬이 하나 있습니다. 따끈하고 뽀얀 설렁탕이나 국밥에 곁들여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하는 큼지막한 김치, 바로 '석박지, 섞박지'입니다.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가 시작되던 11월 말, 곡괭이로 꽁꽁 언 흙마당을 파내려 가며 허연 입김을 내뿜던 아버지의 뒷모습. 그 깊은 구덩이 속에 사람 반만 한 거대한 옹기를 허리까지 푹 묻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집의 겨울 채비는 끝이 났습니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의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끝날 일이지만, 지난 어린시절의 생각을 떠올리며 문득 왜 선조들은 힘든 작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어코 땅속 깊은 곳을 파내어 항아리를 묻었는지 그 노동의 가치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과학의 잣대로 지하 온도의 비밀을 파헤쳐 그것이 1년 중 유산균이 가장 평화롭게 숨 쉴 수 있는 자연의 자궁을 찾는 완벽하고 경이로운 생화학적 설계였음을 알아보겠습니다.
새벽 동이 트기 전, 부엌에서부터 들려오던 "탁, 탁, 탁" 도마질 소리를 기억하시나요. 어머니가 두꺼운 나무 도마 위에서 묵직한 식칼로 100포기가 넘는 배추의 밑동을 썰어내고, 산더미 같은 무를 깍둑썰기하던 그 리듬감 넘치는 소리는 우리 민족의 겨울을 깨우는 심장 박동과도 같았습니다. 김치의 역사를 쫓아 흥미로운 자료들을 뒤적이다 보니, **문득 김치라는 이 위대한 발효 예술이 결국 '칼'과 '도마'라는 두 가지 도구가 없었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으리라는 사실에 도달했습니다.** 박물관 구석에 조용히 놓인 조선시대 여인들의 낡은 주방 도구들을 통해, 맵고 짠 양념을 썰어내던 그 치열한 민속학적 주방의 풍경을 되짚어 봅니다.
한겨울 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동해안의 어시장 골목을 거닐다 보면, 꾸덕꾸덕하게 말라가는 명태와 오징어들이 장관을 이룹니다. 저는 강원도 속초의 한 식당에서 붉게 양념 된 가자미 조각을 먹으며 작은 호기심에 피었습니다. 새우젓 국물이나 멸치 액젓을 '조미료'처럼 사용하는 남쪽 지방과 달리, 왜 강원도 사람들은 이토록 큼직한 생선 덩어리를 통째로 배추와 무 사이에 욱여넣고 발효시켰을까요? 제가 찾아본 해양 수산 문화와 고문헌의 기록 속에는, 척박한 태백산맥을 등지고 깊고 푸른 동해를 품어 안아야 했던 강원도 사람들의 눈물겹고도 지혜로운 생존의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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