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연말 김치 축제 : '김장 보너스'라고 들어봤니?

관리자
2026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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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ood 뿌리 22] 1970년대 아파트 보급과 '김장 보너스' 문화의 소멸

찬 바람이 코끝을 알싸하게 스치는 11월이 오면, 어릴 적 어머니가 부엌 한가운데 산더미처럼 쌓아둔 100포기의 배추와 매운 고춧가루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던 기억이 납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근현대 생활사 자료를 보면,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늦가을 풍경은 거대한 김장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거주 환경이 변하면서 이 거대한 연례행사도 조용히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1970년대 본격적인 아파트 보급이 우리 식탁과 생활 문화, 그리고 직장인들의 월급봉투에까지 어떤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흥미로운 진실을 생생하게 따라가 보았습니다.


1. 1970년대, 흙마당이 사라진 아파트 시대의 도래

1970년대 대한민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숲을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수천 년 동안 땅의 온기를 품어 온 흙마당이 콘크리트 바닥으로 바뀌면서,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보존 과학이었던 장독대[Onggi: Traditional Korean earthenware pots used for fermenting food]를 묻을 공간이 영영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항아리를 땅에 묻어 한겨울에도 0℃에서 5℃ 사이의 완벽한 온도를 유지하던 선조들의 지혜는, 난방이 잘 되는 뜨거운 아파트 베란다 앞에서 커다란 위기를 맞이했습니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유산균이 과하게 발효되어 김치가 금방 시어터지고 짓물러버리기 때문입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김치 유산균은 시원한 동굴 같은 온도를 좋아하는데 아파트는 마치 한여름의 찜질방처럼 너무 따뜻해서 유산균이 쉴 곳을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핵심 포인트

아파트 보급이 김장 문화에 미친 3가지 변화

- 장독대의 소멸: 흙을 파서 항아리를 묻을 수 없어 김치의 장기 보관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 배추 포기 수 감소: 100~200포기씩 하던 대량 김장이 20 ~30포기 수준으로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 김치냉장고의 탄생: 땅속 온도를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한국만의 독창적인 가전제품이 발명되었습니다.


2. 직장인의 로망, '김장 보너스'를 아십니까?

놀랍게도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직장인들이 11월만 되면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특별한 돈이 있었습니다. 바로 '김장 보너스[Kimjang Bonus: A special allowance given to employees in late autumn to prepare kimchi]'입니다.

당시에는 한 가족이 겨울을 나기 위해 100포기가 넘는 배추와 막대한 양의 고춧가루, 마늘, 젓갈을 한꺼번에 사야 했기에 김장 비용이 직장인 한 달 월급과 맞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직원들의 겨울철 생계를 돕기 위해 기본급의 50%에서 많게는 100%까지 특별 상여금을 지급했습니다. 실제로 퇴근길에 김장 보너스가 든 두툼한 봉투를 품에 안고 시장에 들러 싱싱한 배추와 동태 한 마리를 사 들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귀가하던 아버지들의 모습은 그 시대의 가장 따뜻한 낭만이었습니다.


3. 김치냉장고의 발명과 소포장 막김치의 등장

마당이 없는 아파트 생활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들은 마침내 세계 가전 역사상 유례없는 발명품, '김치냉장고'를 탄생시켰습니다. 현대의 한국인들은 아파트 생활 환경에 맞게 김치냉장고로 훌륭하게 적응해 왔으며, 바쁜 핵가족 생활에 맞추어 마트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소포장 막김치[Mak-kimchi: Roughly chopped kimchi packaged in small portions for convenience] 형태로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습니다. [더 보기]

막김치는 배추를 자르지 않고 통째로 담그는 통배추김치와 달리, 미리 한입 크기로 썰어서 버무리기 때문에 담그기도 편하고 보관 공간도 적게 차지하여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구분1970년대 이전의 김장 문화1990년대 이후 아파트 시대의 김장 문화
보관 장소마당 흙 속에 묻은 커다란 옹기(장독)베란다나 다용도실의 김치냉장고
평균 김장량1가구당 약 100~200포기 (대량 비축)1가구당 약 10~30포기 또는 구매 (소량 소비)
경제적 특징회사에서 '김장 보너스'를 특별 지급함보너스 문화가 사라지고 언제든 사 먹는 문화 정착
사회적 의미온 동네가 모여 돕는 '품앗이' 공동체 축제핵가족 단위의 소규모 행사 또는 공장 김치 소비

요즘 김치냉장고는 성능이 매우 좋아 땅속 온도를 거의 완벽히 구현합니다. 마트에서 산 소포장 막김치라도 바로 냉장고 깊숙한 곳에 넣지 말고, 상온(약 15~20도)의 베란다에서 하루(24시간) 정도 가볍게 숙성시켜 미세한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올 때 김치냉장고에 넣으십시오. 이렇게 하면 유산균이 활성화되어 톡 쏘는 청량한 감칠맛이 훨씬 배가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김장 보너스는 언제, 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나요?

1990년대 후반부터 연봉제가 널리 도입되고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한꺼번에 김장을 할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김장 보너스라는 명목의 특별 수당은 자연스럽게 기본 급여나 명절 상여금으로 통합되어 자취를 감추게 되었습니다.

Q2: 왜 옛날에는 김장을 100포기나 넘게 했나요?

겨울철에는 비닐하우스 농사가 없어 봄이 올 때까지 장장 4~5개월 동안 신선한 채소를 전혀 구할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이 긴 겨울을 굶주리지 않고 비타민을 섭취하기 위해서는 식량 창고를 채우듯 어마어마한 양의 배추를 한꺼번에 절여 보관해야만 했습니다.

Q3: 아파트 베란다 항아리에 김치를 보관하면 안 되나요?

햇빛이 들고 온도 변화가 극심한 아파트 베란다에 항아리를 두면, 흙이 온도를 꽉 잡아주던 땅속과 달리 김치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조직이 무르고 유해균이 번식해 하얀 골마지(곰팡이)가 금방 피게 됩니다.


마무리

차가운 콘크리트 벽이 우리의 흙마당을 덮어버렸지만, 매운 고춧가루를 버무리며 가족의 겨울을 걱정하던 그 따뜻한 사랑만큼은 결코 덮지 못했습니다.

핵심 정리

- 주거 환경의 변화: 1970년대 아파트의 확산은 장독대를 묻을 공간을 빼앗으며 김치 보관 방식의 거대한 혁명을 요구했습니다.
- 그 시절의 낭만: 직장인들의 가장 큰 기쁨이었던 '김장 보너스'는 겨울철 식량 확보를 위한 눈물겹고도 따뜻한 시대상이었습니다.
- 적응과 진화: 땅속을 대신하는 김치냉장고의 발명과 바쁜 현대인을 위한 소포장 막김치의 등장으로 김치 문화는 훌륭하게 생존했습니다.

오늘 마트에서 반듯하게 포장된 막김치 한 봉지를 사서 식탁에 올리신다면, 30년 전 무거운 배추를 나르며 이웃과 웃음을 나누던 어머니들의 거칠고도 위대했던 손끝을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참고 자료

  • [식품과학과 산업, 2020.02]
  •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19.10]
  • [국가유산사랑, 2014.12]
  • [한국의 김치문화와 식생활, 2002.05]
  • [김치백과사전, 20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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