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무김치(일명: 깍두기)의 유래와 시작

관리자
2026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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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ood 뿌리 23] 깍두기(무김치)의 유래: 정조의 고모, 화순옹주가 처음 만들었다?

뜨거운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설렁탕. 그 국물에 밥을 훌훌 말아 새빨갛고 단단한 깍두기 한 알을 얹어 우적우적 씹어 먹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아작!" 하고 부서지는 그 경쾌한 소리는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친숙하고 맛있는 깍두기가 당연히 아주 오래전, 사실은 근거없는 망연함으로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록에 따르면, 이 완벽한 무김치의 탄생 배경에는 조선 왕실의 흥미로운 야사와 20세기 초반의 근대 요리서가 교차하는 아주 극적인 역사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1. 정조의 고모, 화순옹주가 썰어낸 최초의 깍두기?

음식의 역사에는 늘 흥미로운 옛이야기가 따라붙기 마련입니다. 민간에 널리 퍼진 야사[Yasa: Unofficial historical anecdotes]에 따르면, 깍두기를 처음 만들어 퍼뜨린 사람은 바로 조선 21대 왕 영조의 둘째 딸이자 정조의 고모인 화순옹주[Hwasun Ongju: Princess Hwasun of the Joseon Dynasty]라고 전해집니다.

야사에 의하면, 화순옹주의 궁중 요리사가 무를 작고 네모반듯하게 썰어 젓갈과 고춧가루에 버무린 새로운 형태의 김치를 상에 올렸는데, 이것이 왕실 어른들의 입맛을 단번에 사로잡았다고 합니다. 이후 이 조리법이 그녀의 시댁인 정승 집안(김한신)을 거쳐 양반가로 퍼져나갔고, 한양의 백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며 오늘날의 깍두기가 되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입니다. 비록 이 야사를 완벽히 입증할 왕실의 공식 정사 기록은 부족하지만, 조선 후기 고추와 젓갈이 만나 붉은 김치의 혁명이 일어나던 18세기의 역동적인 식문화 분위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화라 할 수 있습니다.


2. 1913년 『반찬등속』이 증명하는 깍두기의 진짜 역사

그렇다면 문헌상으로 깍두기가 역사에 명확히 등장하는 시기는 언제일까요? 학계의 연구 결과, 놀랍게도 1800년대 후반의 조리서인 『시의전서』에서 배추통김치를 만들 때 무를 4절로 썰어 넣은 젓국지 형태는 보이지만, 이것은 오늘날의 깍두기와는 다른 면이 있었습니다.

식품학자들의 철저한 교차 검증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깍두기 조리법이 명확하게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바로 1913년에 쓰인 충북 청주 지방의 요리서 『반찬등속[Banchandeungsok: A traditional recipe book written in 1913]』입니다. [더 보기]

이 귀중한 문헌에는 놀랍게도 처음으로 등장하는 깍두기가 무려 두 종류(여름 깍두기, 겨울 깍두기)나 상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무를 큼직하게 숭숭 썰어서 담그던 옛날 방식이 190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한입에 쏙 들어가는 네모난 주사위 모양의 '깍두기'라는 이름표를 달고 역사책에 정식으로 데뷔한 셈입니다.

핵심 포인트

문헌이 증명하는 깍두기 역사의 3가지 진실

- 야사와 정사: 화순옹주의 창안설은 흥미로운 야사이며, 실제 깍두기의 확산은 18~19세기 이후입니다.
- 최초의 문헌: 1913년 청주 강씨 가문의 며느리가 쓴 『반찬등속』에서 깍두기라는 요리명이 문헌상 최초로 등장합니다.
- 폭발적인 대중화: 1920년대 근대식 요리서에는 굴 깍두기, 숙 깍두기 등 그 종류가 수십 가지로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3. 1924년, 깍두기 전성시대가 열리다

1913년 조심스럽게 문헌에 등장했던 깍두기는 불과 10여 년 만에 한반도 전체를 호령하는 최고의 반찬으로 성장합니다. 1924년에 발간된 근대 요리 백과사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Josenmussangsinsikyorijebeob: A comprehensive Korean cookbook published in 1924]』에는 여러 가지 깍두기에 고춧가루를 사용한 조리법이 매우 다양하게 등장합니다.

이 책에는 굴깍두기, 채깍두기, 숙깍두기 등 수많은 깍두기가 화려하게 소개되며, 깍두기가 단순한 무 절임을 넘어 고춧가루와 젓갈의 감칠맛을 완벽하게 빨아들이는 독자적인 발효 예술로 정착했음을 보여줍니다. 무를 깍둑깍둑 썰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깍두기는, 무의 단단한 조직 틈새로 젓갈의 아미노산과 고춧가루의 캡사이신이 스며들며 씹을 때마다 육즙처럼 시원한 국물을 뿜어내는 최고의 식감을 자랑했습니다.

구분조선시대 중기 이전의 무김치1900년대 이후의 깍두기
형태무를 통째로 소금에 절이거나 큼직하게 썰음사방 1~2cm의 한입 크기 주사위 모양으로 깍둑썰기함
양념소금, 간장, 초피 위주의 하얀 국물 (동치미, 짠지)새우젓, 고춧가루, 마늘을 듬뿍 버무린 강렬한 붉은색
주요 문헌『산가요록』(1450년), 『동국이상국집』(1241년)『반찬등속』(1913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24년)
식문화 궁합겨울철 소화제 및 구황 작물로 국물과 함께 마심뜨거운 설렁탕, 국밥 등에 곁들여 아삭하게 씹어 먹음

생활 팁

집에서 깍두기를 담글 때 무가 금방 물러져 찌개처럼 흐물흐물해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깍두기를 소금에 절일 때 굵은소금과 함께 뉴슈가(사카린)를 찻숟가락으로 아주 약간만 섞어보세요. 설탕을 많이 넣으면 끈적한 진액이 나와 무가 짓무르지만, 인공감미료를 극소량 쓰면 무의 수분은 쫙 빠지면서 조직이 쪼그라들어 다 먹을 때까지 국밥집 깍두기처럼 '오독오독'하고 단단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깍두기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나요?

무를 네모반듯하게 '깍둑깍둑' 써는 칼질 소리와 모양을 본뜬 의태어에서 유래한 순우리말 이름입니다. 한자로는 작게 썬 무김치라 하여 각저(刻菹)라고도 표기했습니다.

Q2: 설렁탕집 깍두기는 왜 유독 맛있고 국물이 많나요?

식당에서는 깍두기 국물을 넉넉히 만들기 위해 육수나 사이다, 요구르트 등을 비법으로 추가하여 숙성 속도를 높입니다. 이 달큼하고 시원하게 익은 국물(깍두기 국물)을 뜨거운 고기 육수에 부어 먹으면 소화를 돕고 기름진 맛을 완벽하게 잡아줍니다.

Q3: 가을 무로 담근 깍두기가 제일 맛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는 서늘한 기후에서 자랄 때 조직이 치밀해지고 단맛이 강해집니다. 여름 무는 맵고 수분이 많아 쓴맛이 나지만, 11월에 수확하는 가을 무는 인삼보다 좋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직이 단단하고 즙이 달아 깍두기용으로 세계 최고입니다.


마무리

아작아작 씹히는 식감 하나로 밋밋했던 국밥 한 그릇을 완벽한 만찬으로 탈바꿈시키는 깍두기의 위력. 그 작고 붉은 무 조각 안에는 새로운 맛을 향한 선조들의 끈질긴 탐구심이 녹아있었습니다.

핵심 정리

- 문헌 속 첫 등장: 1913년 쓰인 『반찬등속』은 깍두기의 조리법이 역사에 처음 기록된 귀중한 문헌입니다.
- 근대의 폭발적 유행: 1920년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을 거치며 깍두기는 수십 종으로 세분화되며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 최고의 식문화 궁합: 무의 단단한 조직과 붉은 젓갈 양념이 만나, 뜨거운 탕 요리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완벽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오늘 저녁 갓 지은 쌀밥 위에 붉은 깍두기 하나를 올려 드실 때, 100년 전 새로운 칼질과 양념의 조합으로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채워준 조상들의 위대한 미각을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 2014.08]
  •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19.10]
  • [통김치 탄생의 역사, 2013.08]
  • [김치백과사전, 2004.11]
  • [전통김치,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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