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어패류를 넣는 지혜
[K-Food 뿌리 27] 김치에 어패류를 넣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일까?
김칫독 뚜껑을 열었을 때 코끝을 강하게 찌르는 쿰쿰하고도 깊은 젓갈의 냄새. 누군가에게는 낯설지 몰라도, 한국인에게 이 냄새는 식욕을 맹렬히 깨우는 무서운 신호탄과 같습니다. 채소와 소금만으로 버무리던 단순한 절임 요리들이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음에도, 유독 한국의 김치만이 톡 쏘는 발효취와 폭발적인 감칠맛을 자랑하며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자료를 찾아 그 비밀의 문을 열어보니, 차가운 흙바닥 항아리 속에서 식물성 채소와 동물성 어패류[Seafood and fish]가 기적처럼 뒤엉켜 삭아 내리던 조선시대의 경이로운 연금술, '어육침채법'의 장엄한 역사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1. 16세기 『주초침저방』의 '감동저', 최초의 젓갈 김치
과거 학계에서는 김치에 젓갈을 넣기 시작한 시점을 18세기 무렵으로 추정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문헌 연구를 통해 이 시기는 무려 150년 이상 훌쩍 앞당겨졌습니다. 16세기 조선 중기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필사본 조리서 『주초침저방[Jucho Chimjeobang: A 16th-century recipe book focusing on brewing and pickling]』이 해독되면서부터입니다.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17]
이 오래된 책에는 '감동저(甘動菹)'라는 아주 낯설고도 반가운 김치 이름이 등장합니다. 감동(甘動)이란 아주 작은 보랏빛 새우로 담근 푹 삭힌 곤쟁이젓[Salted tiny shrimp]을 뜻합니다. 초등학생 친구들도 알기 쉽게 말하자면, 조선시대 어머니들이 어린 오이를 소금에 절인 뒤 짭조름하게 삭은 작은 새우젓 국물을 넉넉히 부어 감칠맛 나는 오이김치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역사적인 기록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이는 채소만 절이던 방식을 넘어 동물의 단백질을 김치 항아리 속으로 끌어들인 위대한 혁명의 첫걸음이었습니다.
2. 1740년, 고추와 젓갈의 완벽하고 기적적인 융합
김치에 젓갈을 넣으면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발생합니다. 바로 생선이 삭으면서 나는 지독한 '비린내'입니다. 그래서 초기 젓갈 김치는 널리 대중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8세기에 들어서며 한반도의 밥상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유입된 매운 '고추'와 남해안의 '젓갈'이 마침내 김칫독 안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것입니다.
1740년 어의 이시필이 쓴 실용 지식서 『수문사설[Soomunsaseol: A mid-18th-century encyclopedia of practical knowledge]』의 '정해(菁醢)' 조리법을 보면 그 놀라운 순간이 생생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생무를 큼직하게 썰어서 끓여놓은 새우젓국에 담그고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서 버무린다." 놀랍게도 고추의 매운 캡사이신 성분이 젓갈 지방의 산패를 막아주고 비린내를 완벽하게 덮어주었던 것입니다. [서지학연구, 2018]
서로의 단점을 지워주고 장점만을 증폭시킨 이 기막힌 양념의 결합 덕분에, 붉은 젓갈 김치는 조선 팔도 서민들의 밥상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포인트
어패류가 들어간 김치가 세계 최고가 된 3대 과학
- 아미노산 폭발: 채소에는 없는 동물성 단백질이 유산균에 의해 분해되면서 천연 MSG(감칠맛)를 폭발적으로 만들어냅니다.
- 고추와의 시너지: 고춧가루가 생선의 비린내를 덮고 산패를 막아주어 완벽한 보존 식품으로 진화했습니다.
- 독창성의 완성: 단순한 소금 절임 채소(피클, 파오차이 등)를 뛰어넘어 생화학적 융합을 이룬 한국만의 유일무이한 발효 과학입니다.
3. 산해진미의 결정체, 궁중과 양반가의 '어육침채'
고추와 젓갈의 만남이 서민들의 밥상을 흔들었다면, 부유한 양반가와 궁중에서는 이 발효 과학을 럭셔리함의 극치로 끌어올렸습니다. 1809년 빙허각 이씨가 쓴 여성 백과사전 『규합총서[Gyuhapchongseo: A women's encyclopedia from 1809]』에는 '어육침채[Eoyuk chimchae: Traditional kimchi made with various meats and seafoods]'라는 전설적인 김치 레시피가 등장합니다.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 2014]
기록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입니다. 질 좋은 배추와 무를 바탕으로 꿩고기, 쇠고기, 조기, 전복, 낙지, 소라, 생굴 등 온갖 산해진미를 큼직하게 썰어 항아리에 켜켜이 쌓아 올렸습니다. 여기에 맑은 고기 육수를 붓고 땅속에 깊이 묻어 긴 겨울 동안 삭혀 냈습니다. 동물의 고기와 채소가 영하의 흙 속에서 서서히 삭아 내리며 뿜어내는 그 맑고 깊은 육수는, 오늘날 최고급 미슐랭 식당에서도 감히 흉내 내기 힘든 거룩한 맛의 예술이었습니다.
| 구분 | 15세기 이전의 소금 절임 (침채) | 18세기 이후의 젓갈 김치 (어육침채 등) |
|---|---|---|
| 주요 절임원 | 소금, 간장, 된장, 식초, 술지게미 | 멸치젓, 새우젓, 황석어젓 등 동물성 액젓 |
| 발효의 핵심 | 채소 자체의 탄수화물을 통한 단순 젖산 발효 | 동물성 단백질이 삭으며 생성되는 아미노산(감칠맛) 발효 |
| 맛과 향 | 짠맛이나 신맛 위주의 담백하고 깔끔한 맛 | 쿰쿰한 발효취와 혀에 착 감기는 폭발적인 감칠맛 |
| 역사적 문헌 | 『산가요록』, 『동국이상국집』 | 『주초침저방』, 『수문사설』, 『규합총서』 |
팁
요즘 김장을 할 때 맑은 액젓만 쓰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어육침채의 깊은 맛을 흉내 내보고 싶다면, 올해 김장에는 싱싱한 '생새우'나 다진 '생오징어', '생굴'을 고춧가루 양념에 한 주먹만 함께 갈아 넣어 보십시오. 처음에는 약간 비릴 수 있지만, 베란다에서 한 달만 푹 숙성시키면 생물 단백질이 유산균과 만나 완전히 녹아내리며 사골 국물처럼 진하고 깊은 감칠맛을 김치 전체에 뿜어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기나 생선을 익히지 않고 생으로 넣으면 김치가 썩지 않나요?
놀랍게도 썩지 않습니다. 넉넉한 소금과 젓갈, 그리고 다량의 고춧가루와 마늘이 유해한 부패균의 번식을 완벽하게 차단합니다. 그 방어막 안에서 오직 몸에 좋은 유산균만이 천천히 활동하며 생고기를 안전하고 맛있게 '삭혀' 냅니다.
Q2: 수문사설에 나온 '정해'는 어떤 김치인가요?
'정(菁)'은 무를 뜻하고 '해(醢)'는 젓갈을 뜻합니다. 즉, 무를 큼직하게 썰어 새우젓국과 고춧가루에 푹 담가 삭힌 김치로, 문헌상 고춧가루와 젓갈이 한 조리법 안에 동시에 명확하게 기록된 최초의 붉은 깍두기형 김치입니다.
Q3: 왜 유독 한국 김치만 어패류를 많이 쓰게 되었나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특성 덕분에 각종 어패류와 천일염을 구하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풍부한 해산물을 염장하여 보관하던 젓갈 문화가, 겨울철 채소를 보관하는 침채 문화와 자연스럽게 융합하면서 한국 고유의 복합 발효 식품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마무리
밭에서 나는 푸른 채소에 바다를 헤엄치던 생선의 은빛 생명력을 불어넣은 선조들. 차가운 항아리 속에서 이루어진 이 경이로운 생화학적 융합이 지금의 K-Food를 만들었습니다.
핵심 정리
- 16세기의 첫 시도: 『주초침저방』의 '감동저' 기록을 통해 곤쟁이젓(새우젓)을 넣은 최초의 젓갈 김치 역사가 증명되었습니다.
- 고추와의 완벽한 만남: 1740년 『수문사설』을 기점으로 고추의 매운맛이 젓갈의 비린내를 잡으며 붉은 김치의 혁명이 시작되었습니다.
- 맛의 극치, 어육침채: 양반가의 『규합총서』에 기록된 산해진미 어육침채는 고기와 해산물이 뿜어내는 궁극의 감칠맛을 자랑했습니다.
오늘 식탁에 오른 배추김치 한 가닥을 쭉 찢어 밥 위에 올리실 때, 비린내를 감칠맛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험했던 수백 년 전 선조들의 위대한 미각적 도전 정신을 가슴 깊이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자료
- 서지학연구, 2018.06
-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17.05
- 한국식품조리과학회지, 2014.08
- 김치의 인문학적 이해, 2014.10
- 통김치 탄생의 역사, 20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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