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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글

김치2026년 3월 25일

'김치'는 과학이다 - '김장독 묻기'

살을 에이는 듯한 추위가 시작되던 11월 말, 곡괭이로 꽁꽁 언 흙마당을 파내려 가며 허연 입김을 내뿜던 아버지의 뒷모습. 그 깊은 구덩이 속에 사람 반만 한 거대한 옹기[Onggi: Korean traditional earthenware pot]를 허리까지 푹 묻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 집의 겨울 채비는 끝이 났습니다. 지금이야 김치냉장고의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끝날 일이지만, 지난 어린시절의 생각을 떠올리며 문득 왜 선조들은 힘든 작업을 감수하면서까지 기어코 땅속 깊은 곳을 파내어 항아리를 묻었는지 그 노동의 가치와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과학의 잣대로 지하 온도[Underground temperature]의 비밀을 파헤쳐 그것이 1년 중 유산균이 가장 평화롭게 숨 쉴 수 있는 자연의 자궁을 찾는 완벽하고 경이로운 생화학적 설계였음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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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2026년 3월 20일

여름 김치 '오이소박이'의 아삭한 지혜

아삭아삭 씹힐 때마다 입안 가득 청량한 오이즙이 팡팡 터지고, 그 틈새로 부추와 고춧가루의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지는 오이소박이. 여름철 밥상에 이 반찬 하나만 떡하니 올라와 있어도 밥 두 공기는 거뜬히 해치우게 됩니다. 저는 그저 할머니와 어머니가 손대중으로 뚝딱 만들어 내시던 이 소박한 반찬이, 수백 년 전 조선의 백과사전에 과학적으로 기록되어 있고 심지어 궁중 수라상에 오르던 기품 있는 음식이었다는 사실을 최근 고문헌을 통해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가장 흔한 여름 채소가 어떻게 양반과 임금의 미각을 사로잡은 최고의 별미로 탄생했는지, 그 정교한 칼질의 미학을 따라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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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2026년 3월 19일

'열무김치'는 '여린 무김치'라는 순우리말에서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는 한여름, 얼음이 동동 뜬 차가운 국물에 소면을 훌훌 말아 아삭한 열무김치와 함께 들이켜면 온몸의 열기가 단번에 가라앉습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푹푹 찌는 여름철에 도대체 어떤 반찬으로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았을까요? 옛 농경 사회의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오늘날 우리가 고깃집이나 냉면집에서 너무나 흔하게 곁들여 먹는 이 '열무김치'가 사실은 눈물겹게 배고팠던 시절 백성들의 목숨을 살려준 위대한 구원자였음을 깨닫고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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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2026년 3월 19일

파김치와 갓김치의 맵싸한 맛의 조화

일요일 오후,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짜장라면을 끓여놓고 잘 익은 파김치를 길게 찢어 척 얹어 먹는 순간. 혹은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의 기름기를 알싸한 갓김치 한 줄기로 싹 씻어 내릴 때. 우리는 이 강렬하고 맵싸한 맛 앞에서 저항할 수 없는 황홀함을 느낍니다. "대체 이 지독하게 향이 강한 채소를 누가 처음 소금에 절여 먹기 시작했을까?" 배추나 무처럼 순둥순둥한 채소를 넘어, 코를 찌르는 강렬한 파와 갓[Mustard leaf]을 발효시켜 밥상의 '신스틸러'로 만들어낸 우리 선조들의 지독한 미각의 조화로운 세계를 고문헌 속에서 흥미롭게 쫓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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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2026년 3월 17일

무김치(일명: 깍두기)의 유래와 시작

뜨거운 뚝배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설렁탕. 그 국물에 밥을 훌훌 말아 새빨갛고 단단한 깍두기 한 알을 얹어 우적우적 씹어 먹는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아작!" 하고 부서지는 그 경쾌한 소리는 지친 하루를 달래주는 마법과도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친숙하고 맛있는 깍두기가 당연히 아주 오래전, 사실은 근거없는 망연함으로 삼국시대부터 존재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기록에 따르면, 이 완벽한 무김치의 탄생 배경에는 조선 왕실의 흥미로운 야사와 20세기 초반의 근대 요리서가 교차하는 아주 극적인 역사가 숨 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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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2026년 3월 17일

연말 김치 축제 : '김장 보너스'라고 들어봤니?

찬 바람이 코끝을 알싸하게 스치는 11월이 오면, 어릴 적 어머니가 부엌 한가운데 산더미처럼 쌓아둔 100포기의 배추와 매운 고춧가루 냄새가 온 집안을 가득 채우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찾아본 근현대 생활사 자료를 보면,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대한민국의 늦가을 풍경은 거대한 김장 축제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거주 환경이 변하면서 이 거대한 연례행사도 조용히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1970년대 본격적인 아파트 보급이 우리 식탁과 생활 문화, 그리고 직장인들의 월급봉투에까지 어떤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 흥미로운 진실을 생생하게 따라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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